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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치솟을 줄은"…환율 전망, 두 곳만 '족집게 예언' [한경 외환시장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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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1288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첫 개장일인 1월 2일 1300원40전으로 마감했다. 연초 시작된 1300원대 환율은 3월 말까지 지속되며 ‘1달러=1300원대’가 뉴노멀이 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달 들어선 미국의 고용, 물가, 소비가 일제히 예상치를 웃돌아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중동 위기마저 고조되면서 상승폭이 더 가팔라졌다. 지난 16일엔 사상 네 번째로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1320원74전이던 평균 원·달러 환율은 올 1분기 1329원40전, 이달(1~26일 기준) 1368원17전으로 올랐다.

○“2분기에 상승”…두 곳만 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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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올해 환율 흐름은 작년 말 나온 대부분 국내외 금융회사의 예상을 크게 빗나간 것이다. 대다수 금융회사는 환율이 올 1분기 1300원대 초반에 머무르다가 2분기 1200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르면 올 3월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많게는 여섯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가정에 기반한 예상이었다. 한국투자·메리츠증권, 하나·신한은행, NH선물 등 국내 금융회사는 올 1분기 환율이 1290~1350원을 기록한 뒤 2분기엔 1270~1300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 해외 투자은행(IB)도 비슷했다.

금융회사 두 곳은 다른 전망을 하면서 이달까지의 환율 흐름을 맞혀 주목받고 있다. NH투자증권과 우리은행이다. NH투자증권은 작년 11월 제시한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환율이 평균 1320원을 기록한 뒤 2분기엔 더 올라 1360원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이달 1~26일 평균 환율(1368원17전)에 근접한다. 우리은행도 올 1분기 1350원에서 2분기 1360원으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두 회사가 비교적 정확한 전망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금리 인하 가능성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한 점이 꼽힌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기술 발전과 성장산업 투자로 패권국 지위를 강하게 회복할 것으로 봤다”며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 상황이지만 다른 선진국과의 금리 차이나 물가를 고려하면 이것만으로 달러 약세가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클 때부터 9월 인하설을 강하게 제시했다.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과하다는 판단에서다.

○불확실성 커…“전망하기 어렵다”

올해 환율 예상이 어려웠던 데는 글로벌 돌발 변수가 작용한 이유도 물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확전 위기 등은 작년 말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이었다. 한 증권사 환율 담당 연구원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다”며 “전망하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2분기가 아직 첫 달만 지났기 때문에 6월 말까진 ‘예측 성적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지난 25일 한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깜짝 증가한 반면 미국 1분기 GDP는 기대보다 부진하게 나와 강한 미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점 등이 반영될 경우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3분기엔 NH투자증권과 우리은행 중 한 곳은 예상이 틀릴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평균 환율이 1370원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본 반면 우리은행은 133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