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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美 국가부도 지표…미국 증시에 찬물 끼얹나

미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문제를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하원 공화당이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일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대신 공화당이 벼르고 있는 '예산 대폭 삭감'이 관철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31일 미국 5년물 CDS 프리미엄은 35.03으로 지난해 말(25.00)보다 40.12% 급등했다. 한국, 독일, 영국,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CDS 프리미엄이 작년 11월 이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선 것과 정반대다.

CDS는 파산 위험을 사고파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의 구매자가 위험을 털어낸 대가로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돈이 CDS 프리미엄인데,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의 위험도가 높아지면 동반 상승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축통화 보유국인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라고 말했다. 그는 "부채한도 이슈는 뻔한 재료라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면서도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양적긴축(QT)으로 유동성이 매월 950억 달러씩 흡수되고 있어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부채한도가 꽉 차서 채권을 찍을 수 없게 되자 '특별 조치'를 발령했다. 오는 6월까지 재무부의 잉여 현금을 동원해 버티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시간 여유는 있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에 동의하려면 대폭적인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증권업계는 공화당 요구대로 재정 지출이 줄면 미국 경제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재정정책의 성장률 기여도가 이미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지출이 추가로 줄어들 경우 경기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일부 업종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방위산업, 헬스케어, 신재생에너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이 대표적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공화당이 아직 구체적인 예산 감축 분야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헬스케어 등은 예산이 축소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다소 과해진 상태"라며 "2월 이후 모멘텀 소강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