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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빠져나간 '뭉칫돈' 한국에 몰린다…외국인 돌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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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이 인도에 이은 차선호 투자처로 부상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가별 MSCI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한국 ETF는 인도에 이어 자금 순유입 2위로 올라섰다. 올초까지 매수세가 몰렸던 일본 ETF에서는 최근 자금이 유출되는 추세다.

순유입, 日 줄고 韓 늘고

26일 ETF닷컴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MSCI 한국’(EWY)에 최근 3개월 동안 10억3160만달러(약 1조4071억원)가 순유입됐다. 지난해 1년 동안 순유입금액(3억7158만달러)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 3개월 만에 들어온 것이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 ETF는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형 ETF 2437개 중 순유입 기준 31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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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순유입 1위는 인도 ETF였다. ‘아이셰어즈 MSCI 인도’(INDA)에 3개월간 순유입된 금액만 12억4570만달러에 달한다. 작년 1년간 23억1803만달러가 순유입됐는데 올해 들어서도 글로벌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에 이은 자금 순유입 3위는 대만으로, ‘아이셰어즈 MSCI 대만’에 3개월 동안 7억6130만달러가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 등으로 뭉칫돈이 몰렸던 일본 ETF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아이셰어즈 MSCI 일본’(EWJ)에는 지난해 1년 동안 29억달러가 순유입됐으나 최근 3개월간 들어온 순자금은 7020만달러에 그친다. 지난 1개월로 기간을 좁히면 4억73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자금이 순유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의 성공 사례 경험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한국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저성장, 미·중 갈등 리스크로 중국이 아닌 아시아 국가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표 수출주들의 이익 개선세가 뚜렷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가별 MSCI ETF는 개별 국가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패시브 상품으로 외국 증시에 직접 투자가 어려운 개인도 쉽게 투자할 수 있어 글로벌 투심을 잘 보여준다”며 “특정 종목이 아닌 한국 증시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에도 외국인 순매수 계속”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행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강달러에도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환손실이 늘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전환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환율 오름세에도 4개월 연속 외국인 순매수가 계속된 것은 2000년대 들어 지난해 2~5월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1400원대를 찍고 최근 1350~1360원대로 내려오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매수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달러 강세가 주춤하는 국면에 외국인은 환차익을 기대하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하반기에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것도 긍정적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 밸류업 프로그램의 윤곽이 구체화되는 데다 반도체 수출 호황 등으로 국내 경기가 반등하고 있어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의 두 배를 웃돌자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기존 2.10%에서 2.50%로 올렸다.

키움투자증권은 “오는 3분기에도 우호적인 거시 경제 환경, 국내 수출 업체들의 이익 모멘텀, 환차익 기대 등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