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거래대금 7兆 증발…'돈맥경화'에 하락 악순환
개인투자자의 계속되는 해외 이탈로 국내 증권시장 거래 규모가 1년 만에 7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 거래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유동성이 메마르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수급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6조341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23조1406억원)에 비해 29.4%(약 6조8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특히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1조2029억원에서 9조9531억원으로 11.2% 줄었지만, 코스닥시장은 11조9377억원에서 6조3884억원으로 46.5% 급감했다.
올 들어 개인 자금이 급격히 해외 시장으로 이탈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개인 거래대금은 10조원에 육박했지만 4분기 들어 4조9998억원으로 반토막(47.1%) 났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대금은 19.9% 감소했다.
한국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하는 동안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하루 평균 결제금액(매수+매도액)은 크게 늘었다. 작년 3분기 약 11억8822만달러에서 올 4분기 27억1274만달러로 128% 폭증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개인 거래 비중이 두 배가량 높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개인 거래 비중이 80%를 넘나든다.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 비중도 50%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인 투자자마저 매도로 일관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한국 증시는 마중물 없는 메마른 논과 같다”며 “유동성이 부족하니 조그만 악재에도 받쳐줄 수요가 없어 하락폭이 커지고 쏠림 현상도 심해진다”고 우려했다.
증권가에선 미국 증시에 대한 ‘고점 우려’가 여전한 만큼 추격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는 2400선까지 밀렸지만, 미국 주요 지수는 고점 우려에 관한 불안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