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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숨기려고…중국 국유기업, 뉴욕서 '자진 상폐' 러시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중국 핵심 국유기업인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미국 상장사는 누구나 미국 정부에 회계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외국회사책임법(HFCAA)에 부담을 느낀 조치로 해석된다.

15일 증권시보 등에 따르면 이 항공사들은 전날 공시를 통해 "NYSE에 주식예탁증서(ADR)의 상장 폐지를 신청했으며 마지막 거래일은 2월2일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NYSE의 거래량이 상폐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며,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서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다고 설명했다. 두 항공사 모두 홍콩과 상하이에 상장돼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미국 증시에서 자진 상폐한 중국 기업은 11곳으로 늘어났다. 중국 3대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을 비롯해 중국석화(시노펙)와 그 자회사인 상하이석화,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 중국알루미늄(차이날코), 중국생명 등이다. 중국생명을 제외한 10곳이 중국의 핵심 국유기업인 중앙기업이다.

중국의 국유기업은 중앙정부 산하와 지방정부 산하로 나뉜다. 중앙정부 보유 기업 중에서도 국무원 자산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이 98개 있다. 3대 항공사인 중국항공과 동방항공, 남방항공도 중앙기업에 소속돼 있다.

중앙기업이 뉴욕 증시에서 스스로 떠나는 것은 미국이 2020년말 입법한 HFCAA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법에 따라 미국에 상장한 모든 기업은 미국 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회계 보고서를 다시 검증받는 감리 과정을 거쳐야 하며, 2년 연속 이를 받지 않으면 상장이 폐지된다.

중국 기업은 2013년 미국과 중국이 체결한 회계 협정에 따라 PCAOB의 감리를 면제받았으나 HFCAA 제정으로 다른 외국 기업들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 초 알리바바, 징둥 등 160여 개 중국 기업을 상장 폐지 예비 명단에 올리며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국가 안보를 내걸고 저항하다 결국 자료 제공에 동의했다. PCAOB는 지난해 9~11월 처음으로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의 회계 감리를 진행했다.

이번에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이 자진 상폐를 결정한 것은 중국이 여전히 기업 정보를 완전히 제공하는 것을 꺼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화권 시장 전문가인 레드먼드 웡 덴마크 삭소은행 시장전략가는 "중국은 외국 규제 당국이 회계 감사 과정에서 전략적 부문의 자국 국영기업들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방대한 개인과 기업·기관 정보를 보유한 중국의 인터넷·플랫폼 기업들도 중국 당국의 권유에 따라 미국 증시를 떠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