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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증시 낙관론 속…공매도 대기자금 63조 복병 되나

생성형 인공지능(AI) 신기술과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에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악재가 남아 있지만 국내 경제와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측면을 더 주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훈풍’에 낙관론 잇따라

3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는 상장사 248곳의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 합산액은 241조45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전망(240조4249억원)보다 소폭 상향됐다.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최근 한 달 사이 9.6% 높아지는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증시 낙관론을 펴는 증권사도 많아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날 증시 전망 보고서를 내고 6월 코스피지수 예상 변동폭(밴드)을 2400~2650으로 제시했다. 한 달 전 발표한 5월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2340~2640)보다 소폭 올랐다.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이 회복되면서 증시가 상승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대신증권은 분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지난 30일 발표한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엔비디아의 호실적 전망으로 6월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 가이던스가 상향되면서 반도체 업종의 전체적인 실적 전망이 함께 높아졌다”며 “글로벌 펀드 자금도 최근 5주 사이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KB증권도 26일 코스피지수의 연간 전망치 상단을 기존 2800에서 2920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2400~2800), IBK투자증권(2350~2800), 현대차증권(2330~2760) 등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이달 들어 반도체주를 쓸어 담는 외국인도 증시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5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11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 발표 이전부터 외국인은 국내 반도체주를 매입했다”며 “시장이 회복 초입에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늘어나는 공매도 대기자금

일각에선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 급등한 종목이 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AI에 시장이 집중하는 국면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 시장의 관심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쪽으로 재차 이동할 수 있다”며 “지난주 발표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오름세가 예상보다 강해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대기자금도 최근 들어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대차거래잔액은 63조1271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최대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보다 하반기 증시가 더 좋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는 박스권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