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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올인' 드러켄밀러, 에너지株 대량 매각

미국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올 1분기에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렸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드러켄밀러의 투자회사인 듀케인패밀리오피스는 1분기에 정보기술(IT) 업종 투자 비중을 크게 높였다. 포트폴리오에서 IT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8.6%에서 1분기 25.2%로 확대됐다. 드러켄밀러는 월가의 대표적인 AI 예찬론자로 꼽힌다. 그는 이달 초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 것처럼 AI의 영향력이 클 수 있다”고 했다.

듀케인은 1분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 지분을 2억1018만달러어치 사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로 AI 열풍을 일으킨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했고, 자사의 검색엔진 ‘빙’에 챗GPT를 적용했다. AI 챗봇 ‘바드’를 출시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식도 9104만달러가량 매입했다. AI 챗봇 경쟁을 펼치는 두 기업에 모두 투자한 것이다.

듀케인은 기업용 챗봇 서비스인 ‘베드록’을 지난달 선보인 아마존 지분도 8300만달러가량 매수했다. 의료용 AI를 개발하는 아이큐비아(종목명 IQV) 지분도 9437만달러어치 매입했다. 반면 뒤늦게 AI 경쟁에 뛰어든 메타 지분은 1억4000만달러가량 매도하며 비중을 종전 5%에서 2%로 줄였다.

AI와 연관성이 큰 반도체 기업에도 투자했다. 듀케인은 엔비디아 지분을 2억2000만달러어치 추가 매수했다. 또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기업 마벨테크놀로지 지분 57만여 주를 포트폴리오에 새로 추가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 지분도 약 57만 주 신규 매입했다.

반면 에너지 관련 종목은 대거 매도했다. 듀케인이 1분기에 가장 많이 매각한 주식은 에너지 기업 셰브런이었다. 1억2420만달러어치를 매도하며 비중을 1%대로 낮췄다. 시노버스에너지와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지분을 전부 매도했다. 포트폴리오에서 에너지 부문 비중은 작년 말 17.09%에서 1분기 2.45%까지 줄었다.

듀케인이 보유한 종목 중에선 한국 e커머스 기업 쿠팡 비중이 13.1%로 가장 컸다. 2021년 11월 쿠팡 지분 1550만여 주를 4억3000만달러에 매입한 뒤 매도 시점을 잡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듀케인의 평균 매입 단가는 38.57달러다. 지난 26일 종가가 15.73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50%가량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듀케인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앤드컴퍼니(LILY) 지분 약 13만 주를 매각하며 비중을 9%로 줄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