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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5% 올려줘도 안온다"…여전히 빡빡한 美고용시장

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폴스처치 주택가. 여기저기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집집마다 모아둔 낙엽을 민간 청소회사에서 수거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지난해까지는 수거 간격이 1주일이었는데 올해는 한 달 이상으로 벌어졌다.

낙엽뿐만이 아니다. 재활용 쓰레기의 수거일은 매주 수요일이지만 최근엔 제날짜에 처리된 적이 거의 없다. 폴스처치 주민인 게리 홀은 “청소회사에 ‘왜 쓰레기를 안 가져가냐?’고 항의하면 매번 사람이 없어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답한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청소용역업체인 아메리칸디스포절은 “인력을 빨리 구하려면 급여를 더 줘야 하고 그러려면 서비스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달부터 이 회사의 서비스 요금은 10% 올랐다.

사람 구하기 힘든 건 학교도 마찬가지다. 스쿨버스 기사와 보조 인력, 식당 조리사와 영양사 모두 부족하다. 이 가운데 모집이 제일 힘든 건 스쿨버스 기사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끝나도 여전히 광범위한 대인 접촉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서다. 이에 버지니아주 페어팩스교육청은 내년 신규 스쿨버스 기사가 받는 시간당 임금을 19.03달러에서 23.83달러로 대폭 올렸다. 계약 즉시 3000달러의 보너스도 지급하기로 했다. 10년차 운전기사의 시급은 31.18달러에서 36.75달러로 인상했다.

페어팩스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났지만, 필요 인력들이 여전히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스쿨버스 기사와 급식 조리사 같은 필수 인력을 모집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며 급여 체계를 새로 짜고 있다”고 전했다.

임금 상승은 고용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평균 시급은 1년 전보다 5.1% 증가했다. 시장 추정치(4.6% 증가)를 0.5%포인트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도 0.6% 올라 추정치(0.3%)를 뛰어넘으며 올해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10월 기준으로 실업자 1명당 구인 건수 비율도 1.7배에 달했다. 기업들이 채우지 못한 빈 일자리가 실업자 수보다 1.7배 많다는 뜻이다. 미국 전체적으로 노동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일자리가 많이 남아 있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에도 고용은 여전히 늘고 있다. 11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26만3000명으로 시장 추정치(20만 명)를 웃돌았다.

CNBC는 “Fed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며 “견조한 미 노동시장 상황은 Fed의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