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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채한도 협상 타결에도 차익실현 매물 주의…증시 상승 출발 전망 [증시 개장 전 꼭 알아야 할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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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는 30일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타결 소식과 함께 상승 출발할 것으로 전망되나 기술과 금융 업종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증권가에선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 美 부채한도 협상 타결…차익실현 매물은 조심

미국이 부채한도 협상을 최종 타결됐다. 지수 상단을 저해했던 악재 요인이 사라짐에 따라 이날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지난 28일(현지 시간)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에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2025년 1월(다음 대통령 취임 시기)까지 정부 부채 상한선 적용을 유예하고, 대신 2024년과 2025년 예산 지출 제한, 미사용된 코로나19 자금 회수, 식량 보조(푸드뱅크)에 대한 근로 요건 강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지수가 0.7% 내외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간밤 미국 증시가 휴장인 가운데 유럽 증시도 장 초반 미 부채한도 협상 타결에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타결이 예상외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서 연구원은 "이날 상승 출발했던 유럽 증시가 차익실현 매물로 결국 하락 마감했다"면서 "특히 기술주를 비롯해 금융, 일부 소매 업종이 하락을 주도했다는 점은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불확실성 해소…33년 만에 최고치 日 증시

일본 증시가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최종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33년 만에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전날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3% 높은 31,233.54로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31,560.43까지 오르기도 했다. 일본 버블경제가 무너지기 직전인 1990년 7월 2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부채한도 문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미국 증시가 상승하면서 일본 증시에도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단기 급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엔 지수 상승에 기대를 거는 것보다 종목별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나온다. 과거 일본 닛케이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개월 후 예상되는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낮을수록 저평가 상태)은 14~17배에 머물러 있었지만, 현재는 18배를 상회하고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상태다.

■ 의견 극명히 엇갈린 美 통화정책

시장 참여자들은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경제지표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5월 고용지표 결과는 고용 둔화와 임금 상승 폭 둔화를 통해 6월 FOMC에서 금리 인상 중단을 공식화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Fed 내 매파 인사들이 아직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발언을 쏟아내는 등 시장에서 불화설마저 거론되고 있다.

앞서 Fed가 공개한 5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후 향후 정책 행보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의사록은 "여러 참석자들은 미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현 전망대로 갈 경우, 이번(5월) 회의 이후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했다"면서도 "또 다른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까지 되돌리기 위한 진전이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느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분열된 분위기를 전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일단 금리 인상 행보를 멈추고 그간 누적된 정책 여파를 살피자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극명히 나뉜 것이다.

■ 주도주로 떠오른 '반도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만전자'와 '10만닉스'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7만300원에 장을 끝냈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가 7만원을 웃돈 것은 지난해 3월29일(7만200원) 이후 약 1년2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5.51% 급등한 10만9200원에 마감하며 11만원선 안팎까지 치고 올라왔다. 장중에는 11만500원까지 뛰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장중 11만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5월25일 이후 처음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강세를 나타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 폭등이 반도체주의 투자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혀온 엔비디아의 주가가 호실적 발표와 맞물려 크게 뛰면서 업황 개선 기대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모델 개발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와 클라우드 수요가 개선되는 점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긍정적"이라며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마이크론의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단기적으로 중국 내 한국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실물 경기 지표 확인해야…美 5월 고용지표 중요

이번 주 한국을 비롯해 주요국의 경제지표들도 주목해야 한다. 5월 한국 수출과 주요국 PMI(구매자관리지수) 등 실물 경기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31일에는 중국의 5월 제조업 및 비제조업 PMI가 발표된다. 6월1일에는 한국의 수출입 및 무역수지가 나온다. 같은 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5월 제조업지수도 발표된다. 시장은 ISM 제조업지수가 전월보다 소폭 하락하며 기준선(50)을 계속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가 전고점을 돌파하려면 대외변수를 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1~20일까지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1% 감소해 두 자릿수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5월 확정 수치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돼 2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에 영향을 줄 전망"이라면서 "미국, 유로존, 중국 제조업 PMI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세부 항목 중 가격지표를 통해 서비스업 물가의 둔화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5월 고용은 6월 FOMC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표다. 최 연구원은 "5월 의사록에서는 향후 경제 지표에 대한 의존성이 나타났고 예상보다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4월 고용은 비농업 고용과 실업률 모두 시장 예상 대비 양호했고 경기 급랭 가능성이 제한됐는데, 5월 수치는 전월보다 둔화한 흐름이 예상되고 서프라이즈로 나올 경우 시장은 상방 재료로 반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