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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칼럼] "국내 증시, 걱정의 벽을 타고 꾸준히 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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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

글로벌 증시는 1년 박스권 돌파 직전

미국경제의 리세션 논쟁으로 글로벌 투자가들의 우려가 가시지 않는 와중에 이미 일본증시는 경제확장 정책으로 신고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 증시도 21년에 기록한 최고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중국 증시를 제외하고 본다면 여전히 박스권인 증시는 대표적으로 한국과 미국이다. "5월에 주식을 팔자"(Sell in May)가 무색하게도 미국의 NASDAQ은 AI 열풍에 힘입어 박스권을 돌파했지만, S&P 500은 한국 KOSPI와 유사한 궤적을 보이며 1년 박스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증시의 상승 이유

많은 전문가들의 하락 예상과 달리 미국 주식이 상승하는 이유는 미국 경제의 소프트랜딩(Soft Landing)과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실리콘밸리은행 등 일부 지역은행들의 파산으로 인한 연준의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과 AI 열풍에 따른 FOMO(수익률 경쟁)로 인한 투자가들의 추격매수 등이다. 펀드, ETF 유입 등 미 증시주변 자금동향에 비해 S&P 500지수의 상승세가 빠른 상황이지만 미국의 리세션이 지연되고 있고 개인투자가들의 AI 관련 투자가 버블에 대한 우려로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랠리의 지속성이 유효하다.

글로벌 재고 싸이클

단기 경기 싸이클을 결정하는 글로벌 재고 싸이클은 이제 막 바닥을 형성하며 상승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 소비자신뢰지수는 작년 말부터, OECD 경기선행지수는 연초부터 상승 중이고 중국의 소비지표도 1분기 말부터 상승을 시작했다. 반도체 IT 외의 다른 산업 제품들도 속도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수요 증가로 인한 리스토킹을 시작하고 있다. 약 2년의 재고 업싸이클을 가정하면 이번의 경기 경기싸이클은 유럽, 아시아, 미국 순으로 25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하고 글로벌 증시는 23년 말에서 24년 1분기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투자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건 98년 외환위기로 증시가 폭락한 시점이다. 2000년부터 올 5월까지 24년간 외국인이 KOSPI 시장에서 누적한 순매수를 조사해 보면 순매수, 순매도의 큰 순환싸이클을 2번 반복한 것을 알 수 있다. 2004년 말까지 40조 원 이상을 순매수한 이후 2009년까지 80조 원을 지속적으로 매도해서 누적 기준 -40조 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다시 80조 원을 매수해서 2017년 상반기에 +40조 원을 기록한 후 다시 매도세로 전환해서 22년 6월까지 80조 원을 매도해서 -40조 원에서 저점을 기록한 후 현재까지 20조 원을 순매수한 상태이다. 24년 동안 외인의 순매수는 코스피와 방향을 같이 했고 조금의 시차가 2번 발생했는데 이는 국내 개인의 매수 열풍으로 코스피 지수가 일시적으로 과하게 올랐을 경우이다. 결국 외인의 매수, 매도 추세와 과매수 상태를 분석하면 장기적인 코스피 추세를 예측하기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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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조사한 동 기간의 외인 누적 순매수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히려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원화가 급등할 경우 외인은 달러 기준 더 큰 차익을 실현했고 반대로 원화가 급락할 경우 동일 달러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매수했다. 물론 두어 차례 시차를 두고 역의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한국 주식이 역사적 고평가 국면에서 더 큰 차익을 달러 기준으로 실현했기 때문이다. 결국 종합해 보면 달러 대비 환율, 외인 누적 순매수, 종합주가지수 순으로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율 전망은 글로벌 경제, 특히 미국 경제와의 상대적인 영향 하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정말 어렵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 및 기업 이익과 연동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반도체 IT가 주도하는 경기 상승기인 25년 상반기까지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이런 가정이라면 원화 상승이 지속되는 1~2년간 외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본격적인 순매수를 지속할 것이고 그 규모는 수십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주 대 소형주

한국 증시에서 외인과 개인은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인데 이는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늘리는 반면, 국내 상장주식 투자 규모를 증가시키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인은 연초 이후 거래소에서 13조 원을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 2조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거래소 시장에서 10조 원을 매도하고 코스닥 시장에서 7.5조 원을 순매수했다. 거래소 시장에서 외인의 선택을 받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차, 삼성SDI 등이 승자군이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선호한 2차전지,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주도주였다. 두 시장에서 화두는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구조적 장기 성장주인데 이는 경기 상승 싸이클과 맞물려서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가 선반영 여부에 따라 속도 조절이 예상된다.

AI 혁명 확산은 시간이 필요

올해 미국 주식 상승의 반은 AI 관련 빅테크 주식의 호조에 기인한다. 해당 기업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인데 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AI 관련 투자는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이에 대한 성과 예측은 다소 엇갈리는데 AI 관련 반도체와 플랫폼 기업들은 이른 수혜가 전망되지만, 대부분의 응용 기업의 경우 투자 후 성과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아야 하지만 주가에는 서서히 선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다.

반도체 IT하드웨어 소재 부품 장비 후공정

반도체주의 주가 상승 기간과 폭은 이익 증가가 중간에 멈추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비중이 증가하고 TSMC와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있는데, 혹시라도 NVIDIA GPU 물량을 일부 수주한다면 주가 상승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비메모리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국내의 후공정 장비 및 소재 업체들의 성장성이 기대된다. 그럼에도 반도체 호황의 최대 수혜는 SK하이닉스인데 AI GPU에 필수인 HBM의 높은 비중은 추가적인 호재이다.

6월 이후 시장 전망

글로벌 제조업은 상승 싸이클을 이미 시작했고 미국의 경기는 리세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리쇼어링으로 고용이 호조이며 AI 관련 투자를 필두로 설비투자가 양호해서 Slow 리세션이 예상된다. 부채한도 협상 체결로 인해 향후 2년간 정부 예산 증가가 미미하고 서비스 산업의 저성장이 예상되지만, 인플레이션이 적당한 선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미국 시장도 S&P 500 4,200pt 박스권 상단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유동성은 미국 증시에도 중장기적으로 훈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많은 분석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한국 증시는 외국인의 지속적인 선 매수와 국내 투자가들의 걱정의 벽(Wall of Worry)을 타고 내년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