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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국 증시 활황인데"…中에서 발 빼는 글로벌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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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의 대체재를 찾아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더딘 탓에 예상보다 증시 오름폭이 크지 않아서다. 중국서 유출된 자본이 한국, 대만 등 인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탈출하는 글로벌 투자자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중국 경기 회복 속도에 실망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안 찾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홍콩 증시에서 항셍 지수는 올해 들어 14%가량 하락했다. 중국과 관련된 글로벌 펀드는 중국에 관한 투자 비중을 줄였다. 2개월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투자금 규모는 2015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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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발 빼는 이유는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서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을 기록했다. 2개월 연속 50 이하로 떨어졌다. 50 밑으로 내려가면 경기 위축 국면을 나타낸다. 16~24세 청년 실업률도 20%에 육박하며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인접국 증시는 활황이다. 한국 코스피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타며 2500선을 웃돌고 있다.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인도 대표 지수인 센섹스 지수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 토픽스 지수도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대만 증시도 올해 들어 6% 이상 상승했다.

4개국 증시가 활황인 이유는 중국에서 유출된 자금은 인접국으로 유입돼서다. HSBC에 따르면 일본으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금은 지난 5월 중순부터 7주 연속 순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유입액보다 유출액이 적었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대만에도 각 91억달러 이상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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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 중국과 디커플링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이 고립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인접국들은 중국과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중국 증시가 무너지면 한국, 대만, 일본도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양국은 올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재를 주고받았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제재를 발효했고, 중국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의 수입을 막았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빠져나가자 인접국이 빈자리를 채웠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제조기업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려 하고 있다. 일본도 소재와 부품 등 중간재를 통해 3개국과 연관성이 높다는 평가다.

영국 투자기업 스탠더드라이프의 아시아 투자책임자인 크리스티나 운은 "(투자자들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한국에는 반도체와 배터리에 강점이 있고, 대만은 TSMC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투자의견 연달아 하향조정

외국인 자본이 중국을 빠져나와 인접국으로 유입되는 현상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경제 비관론이 확산돼서다. 인구 감소로 인한 고령화와 공산당의 규제 등으로 경제성장이 장기적으로 둔화할 거란 설명이다.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변동성 확대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경제 전망에는 낙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한국과 대만 IT기업 수익이 커지고, 인도는 늘어나는 인구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동시에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도 투자의견을 통해 이를 반영하고 있다. BNY멜론투자운용사는 지난주 중국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중립'을 제시했다. 시티그룹도 중국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에 대해선 기술주에 주목하라고 권고하며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의 하락세가 일시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급격히 치솟은 증시가 정상화됐다는 설명이다. 부정적인 전망이 증시에 반영된 만큼 지금이 중국 증시의 저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로버트 세커 T로우프라이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장기간 지속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며 "최근 주가가 하락한 건 오히려 저점 매수를 할 기회를 제공해줬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