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영진 잘못으로 거래소 파산하면 고객 예치금 대신 물어줘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횡령 등의 사유로 파산해 고객 예치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다면, 횡령을 저지른 거래소 대표와 사내이사가 해당 예치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거래소가 명백한 운영 실수로 파산한다면 경영진이 손해 배상을 해야한다는 내용이라 논란이 예상됩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4부(이원중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예치금을 떼인 피해자 A씨 등 26명이 암호화폐 거래소 트래빗 대표와 사내이사 등을 상대로 낸 예치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부 일부 승소 판단을 내리며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판결에 따르면 거래소 대표와 사내이사 등은 피해자들에게 각각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여 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트래빗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국내서 운영됐던 암호화폐 거래소입니다. 시중 은행에서 실명 가상계좌를 받지 못하고 하나의 집금계좌에 모든 회원들의 자금을 함께 보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3개월만에 보이스피싱과 출금 정지 논란이 불거지며 2019년 5월 거래소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거래소 법인인 (주)트래빗은 2019년 4월30일자로 (주)노노스에 흡수합병됐으나 노노스 역시 파산 신청을 했고 2021년 11월 최종 파산이 선고됐습니다. 이에 따라 트래빗에 투자금을 예치해뒀던 투자자들의 돈은 고스란히 피해로 남게 됐습니다.
트래빗의 핵심 문제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할 기술력과 충분한 자금력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들은 집금계좌에 입금된 고객 예치금을 운영비로 사용했으며, 이를 전산조작 등의 방법으로 숨겼습니다. 잦은 출금 정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허위의 보이스피싱 신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문제가 불거지자 고의 파산으로 대응했습니다.
앞서 이 사건을 다뤘던 형사법원에서는 트래빗 대표이사와 운영진이 거래소 고객들의 현금과 암호화폐를 편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과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낸 배상명령신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피해액 산정이 곤란하다며 각하했습니다. 이번 서울서부지법 민사14부 판결에서는 그 점이 새롭게 인정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