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의 실패하는 이유#오징어게임 #투자세계에서생존하는법
안녕하세요 트레이더 여러분, 토미입니다. 간만에 인사드리네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광풍으로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국뽕이 마구마구 차오르는 요즘입니다. 시청 못하신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 드리자면, 사회에서 감당 못할 빚을 진 사람들이 단체로 의문의 조직에게 외딴 섬으로 납치를 당해 강제로 생존 게임을 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총 456명의 참가자가 여러가지 게임들을 통해 치열한 생존싸움을 하는데 단 한 명의 승자만 456억원이라는 상금과 함께 생존하게 되고 나머지 탈락자들은 죽게 되는, 다소 냉소적인 줄거리입니다.
인기 작품은 그 시대의 정서를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법입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 판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증폭된 경쟁 불안과 자본사회의 양극화 및 집단화 현상에 대한 우려를 오징어게임이란 작품이 잘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과 저의 최대 관심사인 금융 시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드라마 내에서 자본사회 승자들은 단지 ‘돈이 너무 많아 삶이 재미가 없어서’ 자본사회 패자들의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쟁터를 단순한 오락 혹은 유흥거리로 여기는 장면은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세력들이 입김 한방으로 취약한 우리 개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상황을 연상케 합니다.
인생의 막 다른 골목에 내몰린 이들에게 돌연 한 남자(공유)가 나타나 돈가방을 보여주며 딱지치기를 제안합니다. 이기면 상금 10만원을 주고, 질 때마다 벌로 뺨을 맞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솔깃한 룰입니다. 결국 이들은 10만원을 받고 동시에 오징어게임 참가 티켓을 받습니다. 난생 처음 구경해보는 액수의 현금과 어떨 결에 생긴 꽁돈은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나도 저 사람처럼 큰 돈을 만져볼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희망과 포부를 안고서 구체적인 정보와 규칙들을 일체 따지지 않은 채 결국 그들은 무작정 돌이킬 수 없는 미지의 여정에 길을 오르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무도 그들에게 강제로 게임에 참여하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456명 모두 자발적으로 선택한 길이고 전원 모두 ‘내가 승자가 되겠지?’ 라는 비약적인 희망회로를 그리며 지옥의 전쟁터에 뛰어들게 됩니다. 마치 금융시장의 위험성과 잔혹함을 인지하지 못한 천진난만한 신규 시장 참여자를 묘사하는 듯합니다.
저저번주에 주식으로 대박 났다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형 박철수. 저번달에 코인으로 몇 십억 벌고 퇴사했다던 옆 부서 김과장. 이렇듯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주변 지인들과 각종 매체를 통해 과장된 투자 성공담을 듣고 본인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무모한 꿈을 품고 성급하게 이쪽 세계에 들어오셨을 겁니다. 물론 이 시장의 룰과 리스크에 대한 이해를 하나도 하지 못한 채 말이죠. 그리고 야비한 이 시장은 공유가 10만원 상금을 줬던 것처럼 그들에게 ‘초심자의 운(Beginner’s Luck)’이라는 달콤한 카드를 선사해줍니다. 어찌저찌 운 좋게 돈을 번 초보자들 십중팔구는 생각하죠. “돈 버는 게 이렇게 쉬웠어? 돈 복사가 따로 없네. 내가 트레이딩에 재능이 있나? 진작에 시작할 걸!” 그리고 그들은 적금을 깨고, 대출을 받아 더 많은 자금을 가지고 옵니다. 이 시장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우리들입니다.
결국 돈뭉치(남의 투자 성공사례)를 보고 10만원이라는 상금(초심자의 운)을 얻은 우리 개미들은 세력들의 계략에 넘어가게 됐고, 아무 정보와 규칙도 모른 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오징어게임 행 티켓을 끊고 맙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지 안 봐도 비디오지요. 참가자들이 첫 번째 게임을 하고 그 곳의 실태(탈락 = 죽음)를 깨닫고 두려움에 떨듯이, 시장에 막 입문한 개미들은 이 곳이 게임판이 아니라 전쟁터라는 걸, 즉 리스크를 어느정도 인지하게 되고 처음으로 막심한 후회를 하게 됩니다. 이 시장의 어두운 이면을 처음으로 깨닫게 될 때 드는 절망감과 허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자, 제가 오징어게임이 현대 투자판(혹은 투기판)과 유사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첫 번째 게임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우리 개미들도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따끔함과 씁쓸함(첫 큰 손실)으로 이 시장에 대한 리스크와 위험성을 파악하고, 여기에 더 머무를지, 아니면 다른 방안을 택할지 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현명한 분이라면 이쪽 분야에 대해 공부를 더 하던, 다른 재테크를 택하던, 아니면 투자에 대한 기질이 없다고 느낀다면 아예 이쪽 세상을 떠나겠지요.
안타깝지만 드라마처럼 현실세계에서도 이런 현명한 분들보다 무모함을 택하는 분들이 훨씬 많다는 겁니다. 참가자 201명 중 187명, 약 93%가 다시 전쟁터에 복귀하기를 택하였습니다. 잃은 돈이 아까워서, 아니면 초심자의 운을 본인의 실력으로 착각해서, 어떤 이유이든 간에 열명 중 아홉 명은 즉각 이 시장에 복귀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한번 맛본 달콤함이 뇌리에 깊게 박혀 불과 몇일 전에 느꼈던 더 큰 공포는 애써 외면합니다. ‘원래 잘하는데 이번에 장이 안 좋아서 그래’, ‘설마 또 돈을 잃겠어?’, ‘바로 복구할 수 있어.’ 이렇게 객관적인 판단력이 흐트러지고 본인도 모르게 현실을 부정하며 감정을 내세워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는 심리 현상을 ‘귀인편향(Attributional Bias)’이라고 칭합니다.
귀인편향은 투자세계에서 자주 보이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보통 ‘초심자의 운’이 귀인편향을 야기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보 트레이더 분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뇌동매매로 운 좋게 수익을 내면 본인의 실력으로 착각을 하거나 잃으면 단지 장이 안 좋아서 그런 거라고 변명을 하는 심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혹은 본인의 포지션에 더 유리하게끔 객관적이지 않은 마인드로 시장을 분석한다거나 보고 있는 진입자리에 어떻게든 기술적요소가 하나 더 지나가게끔 한쪽으로 치우쳐진 관점으로 차트 작도를 하려는 경향도 이에 해당됩니다. 자기 입맛에 맞게, 현실적인 부분은 외면하고 편향적인 시선으로, 한쪽으로 치우치게끔 해석하려는 심리가 결국 큰 독이 된다는 거를 여기 게신 분들은 다 깨달으셨을거라 믿습니다. 우리 트레이더들은 항상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사고로 통계/확률이라는 무기와 함께 일관성 있는 판단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합니다.
오징어게임의 출전 손익비와 기대승률을 한번 계산해보겠습니다. 항상 리스크를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서 리스크는 사망이죠. 사람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각자 다르겠지만 죽는 것보다 더 큰 리스크가 있을까요? 인간 삶의 가치를 정량화 하는 거 자체가 비윤리적이지만 드라마 내 인물들 눈에는 사회를 ‘지옥’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현실 사회로 돌아가는 게 그들에게는 죽는 것보다 더 큰 리스크라는 문학적 설정을 고려하고 한번 계산해보겠습니다. 리스크를 X변수, 기대수익(Reward)을 Y변수로 두겠습니다. 수익권에 진입하기 위한 최소 기대승률은 X/(X+Y)로 표현해볼 수 있습니다. 456명 중 단 한 명만이 승자라면 1/456 = 0.0219% 라는 확률이 나옵니다. Y에 456억원을 대입해보면 X는 1.00083억원이라는 값이 나옵니다. 자,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본인의 인생이 1억 8만 3천원보다 더 값지다면 오징어게임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죽음이라는 건 1억 8만 3천원보다 큰, 거의 무한에 가까운 리스크이고 저라면 오징어게임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오징어게임이 시사하는 또 다른 비유점은 참여자들에게 나타나는 군중심리 혹은 밴드웨건(Bandwagon) 효과입니다. 드라마 내에서 중간에 게임 중단 여부를 정하기 위해 투표를 하는 신이 있습니다. 이때 먼저 투표한 참가자들에 의해 비쳐진 군중심리가 다른 참가자들의 의사에 영향을 미쳐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렇듯 타인의 관점을 의식함으로써 개인이 고립되어 있을 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 의도치 않게 달라지는 현상을 밴드웨건 혹은 미러링(Mirroring) 효과라고 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 특성 상 다른 투자자들의 견해와 분석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심리적 군중이 자주 형성되곤 합니다.
제가 간간이 이러한 현상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개미들의 취약성에 대해 여러 번 언급드린 바 있죠. 개미들의 관점이 집단화되면 그만큼 세력들이 쉽게 우리를 가지고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모든 개미들이 같은 자리를 보고 있거나 비슷한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면? 유명한 전문가가 툭 하고 던져 놓은 트레이딩 셋업을 모두가 보고 따라해 진입, 손절, 익절가가 비슷해진다면? 세력들에게 공짜로 밥상을 차려 놓는 셈입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이 세상 모든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쉽고 빠르게 취득할 수 있으며 이는 투자세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 모두가 다 같이 보고 있는 자리나 너무 ‘교과서’적이고 ‘정석’다운 시나리오는 믿고 거르는 이유입니다. 또한 어제 먹혔던 기법이 오늘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예전엔 어쩌다가 간혹 보였던 스탑헌팅, V자 반등, 불/베어 트랩, 와이드닝/브로드닝 패턴, 긴 캔들 꼬리 등이 요즘엔 허구한 날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젠 더 이상 슈퍼마켓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인간지표가 아닙니다.
모든 개미들이 똑똑해진다면?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같은 매매 기법과 기술적분석 이론을 사용한다면? 다 같이 손잡고 웃는 날이 올까요? 안타깝지만 자본주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유토피아는 그저 공상 소설 속에나 존재합니다. 인류에게 주어진 자본은 한정적이고 현대자본사회 특성상 이 파이는 커지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수익은 누군가의 손실일테고 누군가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인 일명 제로섬 시장입니다. 불편한 진실이자 불변의 법칙은 개미들이 아무리 진화해도 개미 생존률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 중 90%는 투자를 실패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물론 제가 바라는 건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 모두 10% 안에 들고 읽지 않으신 분들이 90%에 드는 거입니다^^).
참고로 이쪽 세계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엔 절대적인 답안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에게 던져진 문제들은 나날이 변하고 심지어 이 변하는 속도 마저 가속화가 되는 실정입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단지 상시 변하는 금융시장의 성향을 최대한 빨리 따라잡고 상대적으로 덜 똑똑한 개미들보다 조금 더 높은 생존율을 확보하는 게 다입니다. 시장 분석을 잘 하는게, 엘리엇 파동 카운팅을 잘 맞추는 게, 남들보다 큰 돈으로 트레이딩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저 피 튀기는 전쟁터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겁니다. 자, 이제 우리 모두 다 같이 누구는 맞았네 틀렸네, 누구는 얼마를 벌었네 잃었네 이런 소리하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저 10% 안에 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봅시다. 외딴 섬에서 탈락 처리되어 총 막고 허무하게 죽는 엑스트라가 아닌, 456억원의 상금을 받고 당당히 사회로 돌아가는 주연이 됩시다. 항상 명심하세요. 우리의 주적은 다른 개미들도, 세력들도, 트뷰 타 오써들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트레이딩은 자기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이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이만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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