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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프로' 공개에도 가상현실 관련주 시큰둥…LG이노텍, 1.9%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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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확장현실(XR)용 신제품인 ‘비전 프로’를 발표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업계에서는 XR 산업에 애플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대감은 커졌지만, 비싼 가격 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7일 LG이노텍은 1.95% 하락한 30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애플의 주요 부품 공급사인 만큼 비전 프로가 공개되면서 유력한 수혜주로 꼽혔지만 이날 주가는 힘을 받지 못했다.

XR 관련주로 분류되는 다른 종목들도 이날 다수가 약세로 마감했다. 3D 카메라모듈 업체인 나무가는 2.12% 하락한 1만6160원, XR용 광학부품업체인 세코닉스는 7.20% 빠진 7600원, OLED 장비업체인 선익시스템은 4.91% 하락한 3만5850원에 각각 장을 마쳤다. 이외에도 뉴프랙스(-7.73%), 라온텍(-7.92%) 등 XR 부품주 다수가 하락세였다. 삼성전기(-0.34%), LG디스플레이(0.12%) 등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지난 5일 애플은 XR 기기인 비전 프로를 공개했다. 애플이 9년 만에 발표한 신제품인 만큼 시장의 큰 기대를 받았지만 예상보다 높은 가격(3499달러)과 콘텐츠 부족 등의 우려가 나오면서 애플 주가는 전날 0.21% 하락했다. 국내 관련주들도 역시 이러한 우려에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독특한 아이디어와 높은 완성도가 장점이나 VR 기기의 디자인과 컨텐츠의 한계를 극복하는 아이디어 제시에는 실패했다”며 “가격 역시 대중성의 확보와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XR 기기 출시는 애플뿐만 아니라 XR 생태계와 개발자, 밸류체인 전체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만 높은 가격은 판매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비전 프로가 만약 흥행한다면 국내 부품주들이 상당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전 프로 1대당 카메라만 12개가 탑재되고, 각종 센서와 초고해상도 마이크로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부품이 장착돼 있어 부품사들이 상당한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전 프로 관련주들이 하락하는 데는 출시 일정이 내년 초로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올해 연말부터 기대감이 다시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