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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멕시코 때문에 美 인플레 잡는 건 불가능"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한국 대표팀의 목표는 월드컵 우승입니다."

만약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렇게 얘기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하겠어?"라고 반문할 겁니다.

하지만 한국시간으로 6일에 있는 브라질과의 16강에서 승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2002년 때처럼 기대를 섞어 '꿈은 이루어진다'고 맞장구라도 칠 수 있을 겁니다.

질문을 바꿔 2회 연속 월드컵 16강에 탈락한 독일이나 아예 월드컵 본선에 두 번 내리 떨어진 이탈리아가 월드컵 우승을 하겠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일단 "16강이나 진출하고 얘기해"라거나 "일단 월드컵에나 나오라"라는 답이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잊혀진 우승 후보들의 허황된 목표가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물가 목표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Fed는 9%를 찍고 이제서야 7%대로 내려온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2%이기는 하지만 현실은 호락하지 않습니다. 독일이나 이탈리아에 걸출한 월드스타나 특급 조커가 사라진 것처럼 미국의 저금리, 저물가를 도왔던 나라들도 이젠 더 이상 미국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플레 2%는 허황된 목표"

중국과 멕시코가 미국의 특급 도우미였습니다. 중국의 저가 물건과 멕시코의 저렴한 노동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오랜 기간 골디락스 시대를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옛날로 돌아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중국의 산아 제한과 제로 코로나 같은 통제 정책으로 과거와 같은 중국의 대량 생산체제는 재현되기 쉽지 않습니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담당하던 글로벌 분업 체계의 한 축도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의 싼 노동력이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강화돼온 반(反) 이민정책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이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백인과 다른 소수 민족들의 반대 탓입니다. 팬데믹 이후 빡빡해진 노동시장이 바뀌려면 이민자들이 대거 들어와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독일과 일본, 한국 등 미국의 우방국들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대규모 적자를 내고 이 국가들이 대규모 흑자를 거뒀습니다. 그 국가들의 이익은 다시 미국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와 증시와 채권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 국가들도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지고 무역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물가 목표 2%로 되돌아가기 위해선 이 세 조건이 복원돼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더욱 요원해졌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입니다.

세계화라는 질서는 사라졌습니다. 양대 진영으로 갈린 신 냉전이 본격화했습니다. 러시아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도 민주 진영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저렴한 상품과 저임금 인력, 대규모 자본이 모두 이탈한 상황에서 2% 물가를 달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스톤엑스 파이낸셜의 빈센트 들루어드 거시전략 총괄이 그 어려움을 잘 설명했습니다. 빈센트 총괄은 "파월 의장이 폴 볼커 전 의장처럼 기준금리를 10%까지 올린다면 인플레이션율이 2%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면 노동시장이 완전히 박살나는데 무슨 소용이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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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