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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둘기 파월 "인플레 둔화" 13번 언급…3월도 베이비스텝 밟을 듯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6개월 만에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공식석상에서 처음 ‘물가 둔화’를 언급하고 시장과 Fed의 의견 차이도 용인했다. 올 들어 Fed의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기대하며 증시가 급등한 이른바 ‘1월 랠리’도 문제 삼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잭슨홀 회의 때부터 줄곧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면모를 보인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비스 물가 상승과 노동시장 과열이 해결되지 않으면 파월 의장이 언제든 매파로 돌아설 수 있다고 관측한다.

비둘기파 발언 쏟아낸 파월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나기 전만 해도 시장 예상은 한결같았다. 회의 결과를 담은 성명서는 비둘기파에 가까울 것으로 봤다. 반면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은 매파 일색일 것으로 전망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성명서엔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이상의 인상을 시사했다. 성명서가 나온 이날 오후 2시부터 뉴욕증시의 하락폭은 커졌다.

증시를 살린 건 파월 의장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물가상승률 둔화(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디스인플레이션 과정(disinflationary process)’이라는 표현을 포함해 디스인플레이션이란 용어를 13회나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앞서나가는 시장의 움직임도 받아들였다. 그는 ‘최근 주가 상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Fed는 단기적 움직임보다 광범위한 금융 여건의 지속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답했다. Fed와 시장의 인식 격차에 대해선 “시장과 Fed가 인플레이션 둔화를 다르게 예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파월의 이런 발언에 뉴욕증시는 급등했다. 나스닥지수는 2.0%, S&P500지수는 1.05% 올랐다. 채권 가격도 상승했다. 기준금리를 좇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082%포인트 떨어진 연 4.129%에 거래됐다. 기준금리(연 4.50~4.75%)보다 0.35%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핵심 변수 된 서비스 물가

파월 의장은 매파적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두 차례 이상(a couple more)’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고 최종 금리 수준은 현재 전망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또 “현재로선 금리 인상 중단을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연내 금리를 인하한다는 건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은 엇갈렸다. ING는 “실질 기준금리가 근원인플레이션율보다 높아져 Fed는 3월에 0.25%포인트 금리를 올리고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파월 의장이 긴축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고 밝힌 만큼 Fed는 3월과 5월에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기준금리가 연 5.0~5.25%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상 경로는 서비스 물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파월 의장은 이날 “근원인플레이션의 56%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에서 아직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3월과 5월 사이에 나오는 데이터를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박신영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