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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환기, 기득권 보호 아닌 새로운 경쟁이 번영 이끈다"

“산업 전환기에 기득권을 보호하기보다 새로운 경쟁에 노출하는 것이 경제적 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란 게 애덤 스미스의 교훈입니다.”(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최저임금제, 골목상권 보호 같은 ‘억강부약(抑强扶弱)’식 규제와 부국강병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대기업 특혜 모두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저해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낳습니다.”(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7일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스미스 사상이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심포지엄에는 국내외 학자 30여 명이 발표·토론자로 참여했다.

○“자생적 질서 침해 안 돼”

민경국 교수는 ‘자유와 시장’ 세션에서 “법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자유 침해를 우리 사회가 경계해야 한다”며 “선량한 입법자가 만든 조직에 의존해 살기보다 낯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들끼리 사는 사회가 더 행복하고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 애덤 스미스가 남긴 가르침”이라고 했다.

이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스미스를 자유방임, 교조적 자유주의와 이기주의를 옹호하는 인물로 규정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며 “그런 개념을 좌파는 시장간섭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에 따르면 스미스 사상의 핵심은 “인간이 상호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생성된 자생적 질서가 이기심에서 기인하는 갈등을 자율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생적 질서를 무시한 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자생적 질서를 무너뜨려 되레 문제를 키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소득을 높여주기 위한 최저임금제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경쟁에서 뒤처진 ‘약자’를 돕는다는 취지로 정부와 정치권이 만든 ‘선의’의 정책이 정작 일자리 감소와 혁신 실종으로 이어져 약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수 아니라 경쟁 여부 중요”

김성준 교수는 ‘애덤 스미스와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정부가 간섭할수록 스미스가 강조한 자유로운 경쟁과 자생적 질서가 사라지며 인류의 번영을 이끌어온 시장 기능이 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품질을 제공하지 못한 기업이 시장에서 도태되고 퇴출되는 시장에서의 규제가 정부 규제보다 더 가혹하다”며 “경쟁에서 패해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경영자와 노동자 모두를 더 강해지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미스라면 각종 인허가 제도를 통해 기존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기보다 이들을 새로운 경쟁에 노출해 시장의 선순환을 도모하는 것을 중시했을 것”이라며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 규제 일변도를 보이는 정부가 되새겨볼 만한 부분”이라고 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스미스는 자유경쟁의 결과 한 기업만 살아남은 것을 독점이라고 보지 않았다”며 “정부가 특정 기업에 배타적 특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기업 수와 관계없이 자유경쟁이 이뤄지는 것이며, 이렇게 형성된 독과점은 폐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스미스의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기업 수나 점유율만으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고 규제하는 것은 잘못이고 기업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5대 시중은행에 대한 정부 규제를 들었다. 안 교수는 “최근 많은 이익을 낸 은행들이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이자 은행의 과점체제 때문이라며 경쟁 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은행 수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과점 체제는 정부의 은행 통폐합 정책의 소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은행 수를 인위적으로 늘릴 게 아니라 관치금융을 없애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