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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결제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경기침체 전조 현상

수수료율이 연 10%대 중반에 달하는 신용카드회사 할부결제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물가가 급등한 데다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 삼성 국민 현대 등 8개 카드사의 할부결제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41조4845억원으로 지난해 말(37조7421억원)보다 9.9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들이 매기는 할부금리는 연 8.6~19.9%에 이른다. 특히 연 18~20% 금리로 할부를 이용하는 소비자 비중(무이자할부 제외)이 50~80%에 달했다. 롯데카드와 삼성카드의 연 18~20% 금리 비중은 각각 76.24%, 75.62%였다.

업계에선 최근 무이자할부 혜택이 줄었는데도 할부결제액 증가세가 여전하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카드사 임원은 “소비자들이 일시불 결제를 할 여유가 없는 것”이라며 “업계에선 경기 침체 전조가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고 했다.

소득이 낮은 소비자들의 카드론 부담이 커지는 양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12개월 카드론 이용자 중 연 18~20% 금리 비중이 9월 12.18%에서 10월엔 19.74%로 급등했다. 삼성카드도 같은 기간 연 18~20% 금리 비중이 28.43%에서 31.83%로 높아졌다.

당장 일시불로 결제했다가 감당을 못하면서 리볼빙으로 넘어가는 금액도 급증하고 있다. 결제성 리볼빙은 같은 기간 6조824억원에서 6조9293억원으로 14.08% 불어나면서 최대치를 경신했다. 리볼빙 금리도 연 14.35%(하나카드)~18.46%(우리카드)로 최고금리에 근접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할부·카드론·리볼빙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작년 말 ‘소비제약 임계치’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5.8%로 추산했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5.8%를 넘어서면 소비가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국내 차주 997만 명의 평균 DSR은 50%에 달한다. 원리금 부담이 커지는 만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3분기 들어 인건비가 인플레이션을 못 따라가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며 “기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웠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할부를 이용하게 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