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오픈런은 국민 몫, 한국은행 직원 150명은 애초에 줄을 설 필요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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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오픈런은 국민 몫, 한국은행 직원 150명은 애초에 줄을 설 필요가 없었음

한국은행 직원 150명이 사내 주택자금대출로 59억 6천만원을 쓰고 있음. 주택 구입용이 122명에 48억원, 전세 등 임차용이 28명에 11억 5천만원임.

1인당으로 나누면 구입 3,940만원, 임차 4,120만원임. 한도가 5,000만원이라 그 이상 나갈 수 없는 구조임.

정부가 공공기관 사내대출에 걸어둔 한도는 7,000만원임. 한은은 그 안에서 운영 중이고 규정 위반은 없음.

금리도 고정된 특혜는 아님. 2022년부터 은행연합회 공시 금리에 연동시켜 상반기 3.5%, 하반기 3.9%로 올려 적용 중임.

그런데도 이 기사가 불쾌하게 읽히는 이유가 있음. 금리 숫자가 아니라 바로 옆 칸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임.

지금 은행 주담대는 심사가 아니라 접수가 관문임. 카카오뱅크는 오전 6시에 문을 열고, 하루치 접수량이 1분 안에 닫히는 날이 나옴.

새벽 5시부터 기다리는 사람이 생김. 어느 은행 금리가 싼지 비교하는 단계가 아니라 문이 열린 창구를 찾는 단계로 내려온 것임.

은행들은 접수 가능 기간도 60~90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줄였음. 9월 규제 강화를 앞두고 8월 첫 영업일에 신청이 몰린 배경임.

올해 하반기 입주를 앞둔 아파트가 전국 8만 6천 가구임. 수원의 2,178세대 단지는 집단대출 한도가 먼저 소진돼 잔금을 못 치르는 세대가 나왔음.

이 대비에서 핵심은 0.8%포인트가 아님. 5,000만원을 20년 원금균등으로 갚을 때 0.8%포인트 차이는 총이자 400만원 안팎, 연 20만원 수준임.

금액으로 보면 한은 직원이 얻은 이득은 크지 않음. 대신 줄을 서지 않았음. 지금 시장에서 훨씬 비싼 건 금리가 아니라 순번임.

규모로 따지면 한은 사례는 이 문제의 가장 작은 축임. 삼성전자는 주택 구입 사내대출 한도를 5억원으로 올렸고 적용 금리는 연 1.5%임.

세법상 적정이자율이 4.6%라 차액 3.1%포인트는 회사가 대신 낸 이자로 보고 근로소득에 얹어 과세함. 혜택의 크기가 과세 대상이 될 정도라는 뜻임.

한은의 5,000만원과 삼성의 5억원은 자릿수가 다름. 그런데 금융규제 적용 여부는 똑같이 '없음'임.

사내대출은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대출이 아니라 담보인정비율도 DSR도 걸리지 않음. 신용평가사와 정보도 공유되지 않음.

그래서 5억원을 사내에서 빌린 사람이 은행에 가면 그 5억원은 갚을 능력 계산에서 빠짐.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라는 규제의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됨.

드러난 것만 합쳐도 사내대출은 35조 6천억원 규모로 추정됨. 사기업 근로복지기금 주택대부가 연 5조원, 보증기관이 서준 사내대출이 연 1조 8천억원 수준임.

지난해 5대 은행 가계대출 순증액은 32조원이었고, 올해 은행권 총량 목표는 1.5% 증가로 33조원 안팎임. 규제 밖 시장이 규제 안 시장과 이미 대등한 크기임.

올해 사내대출 보증은 26% 늘었고 주택 관련만 29.1% 늘었음. 한쪽 문이 좁아진 만큼 수요가 다른 문으로 옮겨간 결과임.

이렇게 놓고 보면 한은 60억원은 특혜의 크기로 읽을 뉴스가 아님. 통계에 안 잡히는 주택자금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보여주는 표본으로 읽는 게 맞음.

정부가 총량으로 관리하는 대상은 보이는 대출임. 안 보이는 대출은 총량에서 빠지고, 그래서 보이는 쪽만 더 조여짐.

새벽 줄이 생기는 곳은 언제나 관리되는 시장임. 관리되지 않는 곳에는 줄도 없고 집계도 없음.

한은은 금융당국이 여는 가계부채 점검회의에 참석하는 기관임. 규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앉은 곳조차 규제 밖 통로를 쓰고 있었다는 점이 이 뉴스의 실제 내용임.

집값을 움직이는 건 금리 발표가 아니라 실제로 집행된 대출임. 어느 문이 열려 있는지를 세는 게 시장을 읽는 첫 순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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