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극도로 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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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극도로 싼 이유

역대급 실적, 역대급 주주환원, 그저 그런 밸류에이션, 지금 반도체 시장에 쌓인 오해에 관하여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매겨진 가격은, 이 회사들이 실제로 벌고 있는 돈과 앞으로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한 돈을 놓고 보면 설명이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시장은 지금 이 두 회사를 여전히 "언젠가 무너질 시크리컬 기업"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정작 회사가 서 있는 자리는 그 취급과 전혀 다른 곳입니다. 오해가 쌓인 자리, 저는 그 자리를 좋아합니다.

먼저 가격부터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24만 9,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52주 최고가는 37만 4,500원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171만 4,000원 부근이고, 52주 최고가는 298만 7,000원이었습니다. 고점 대비로 삼성전자는 3분의 1, SK하이닉스는 4할 넘게 빠진 겁니다. 이 조정의 방아쇠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유가 급등이었고,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의 기계적 리밸런싱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한꺼번에 겹쳤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에도 하이퍼스케일러의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는 전년 대비 77퍼센트 늘어난 7,25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수요 자체가 무너진 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럼 실적은 어땠을까요.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 4,000억 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1,810퍼센트 늘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9일 실적을 발표하는데, 증권사 14곳의 컨센서스는 매출 84조 597억 원, 영업이익 64조 889억 원입니다. 이 숫자대로면 2분기 영업이익 하나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7조 2,000억 원을 17조 원가량 웃돌고,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100조 원을 넘기게 됩니다. 실적이 무너져서 주가가 빠진 게 아닙니다. 실적은 사상 최대인데 주가만 빠졌습니다.

여기서 밸류에이션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오랫동안 이익 변동성이 워낙 커서, 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주가수익비율이 아니라 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주가순자산비율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다운턴에는 1배, 그저 그런 국면에서는 1.5배, 업사이클에는 2배, 사상 최악의 불황에서는 0.85배까지 떨어지던 그 밴드 말입니다. 지금이 슈퍼사이클이고 인공지능이고 뭐고 다 빼고, 그냥 예전처럼 단순한 시크리컬이라고 치고 계산해 보자는 겁니다. 그렇게 계산하면 2027년 예상 순자산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1.5배, SK하이닉스는 1.9배입니다. 2028년 기준으로는 삼성전자 1배, SK하이닉스 1.3배입니다. 그것도 2028년에 이익 성장이 사실상 제로로 멈춘다고 가정했을 때 그렇습니다.

이 계산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 원리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주가순자산비율은 시가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입니다. 지금 두 회사는 분기마다 수십조 원씩 순이익을 쌓고 있고, 그 이익은 그대로 자기자본으로 들어갑니다. 다시 말해 분모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중입니다. 주가가 지금 자리에 그대로 못 박혀 있어도,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 주가순자산비율은 저절로 내려갑니다. 지금의 조정은 분자를 깎았고, 실적은 분모를 불리고 있습니다. 이 두 힘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 결과가 "역대급 호황인데 다운턴 밸류"라는 기묘한 그림입니다.

물론 여기서 반문이 나옵니다. 어차피 사이클 아니냐, 2028년에 무너지면 그만 아니냐.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핵심은 장기공급계약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과거의 느슨한 공급 약속에서 벗어나 선불금과 보증금을 포함한 구속력 있는 계약 구조로 옮겨가고 있고, 이것이 업황 변동성을 줄이고 불황기 수익성을 방어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업계 관행이던 가격 상한선을 두지 않는 계약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메모리 산업이 3~5년짜리 장기계약 구조로 바뀌면서 기업가치는 분기별 판매단가 상승률이 아니라 높은 수익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로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고,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가 매출의 50퍼센트 전후를 장기계약으로 묶은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안정성을 더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최근 두 회사 이익 추정치가 하향된 것도 실적 우려 때문이 아니라 이 장기계약 가격을 반영해 가정을 현실화한 결과였다는 점입니다. 시장은 그 하향을 "고점이 왔다"로 읽었습니다. 저는 이걸 오해라고 봅니다. 변동성을 팔고 지속성을 산 거래인데, 시장은 변동성이 사라진 값을 이익이 사라진 값으로 착각한 겁니다.

공급 쪽은 더 명확합니다. KB증권은 2027년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 70년 역사상 가장 공급이 타이트한 시기가 될 전망이며 공급 부족이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최근 주가 조정은 실적이나 산업 구조의 변화보다 투자 심리 위축이 반영된 결과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판단입니다. DS투자증권도 2035년까지의 중장기 수급을 분석한 결과 2026년에 이어 2027년에도 심각한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체 D램 생산량에서 5퍼센트도 되지 않던 고대역폭메모리 생산 비중이 올해 4월 기준 30퍼센트까지 올라왔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 한 장을 만들려면 일반 D램 생산능력을 서너 배 잡아먹습니다. 즉 인공지능이 D램을 사 가는 게 아니라, D램 공장 자체를 통째로 먹어치우고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두 회사의 2026년 물량은 이미 사실상 완판 상태입니다.

수요 쪽은요.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오라클 다섯 곳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7,251억 달러, 우리 돈 약 1,081조 원으로 2023년의 1,481억 달러 대비 4.9배 늘었습니다. 주요 빅테크 5개사의 합산 설비투자는 2026년 약 7,600억 달러에서 2027년 약 8,90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고, 2026~2027년 신규 데이터센터 착공 규모는 2025년 대비 약 4배로 추정됩니다. 이 정도 규모의 투자는 방향을 트는 데만 몇 년이 걸립니다.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는 말은 그런 뜻입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대목, 주주환원으로 가겠습니다. 삼성전자는 3년간 발생한 잉여현금흐름의 50퍼센트를 주주에게 돌려주고, 매년 9조 8,000억 원의 정규 배당을 지급한 뒤 초과분은 특별배당으로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 중입니다. 그리고 올해가 그 3개년 정책의 마지막 해, 즉 정산의 해입니다. 하나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잉여현금흐름을 185조 원으로 추정하면서 그 절반인 92조 5,000억 원이 주주환원 재원이 된다고 봤습니다. 자사주 소각이 없다고 가정하고 전액 배당가치로만 환산하면 주당 1만 3,618원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시나리오에 따라 특별배당 재원이 최대 124조 8,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하면서, 예상 배당수익률을 보통주 3.7~6.5퍼센트, 우선주 5.8~10.1퍼센트로 제시했습니다. 나아가 2026년부터는 연간 잉여현금흐름이 최소 20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 고정 배당금이 상향되거나 환원 비율이 50퍼센트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우선주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특별배당은 보통주와 우선주에 같은 금액으로 지급됩니다. 그런데 보통주 대비 우선주 할인율은 36퍼센트로, 역사적 평균인 22퍼센트보다 과도한 수준입니다. 같은 금액을 받는데 가격은 더 싸니, 배당수익률로 환산하면 우선주가 압도적으로 유리해집니다. 그 계산의 결과가 두 자릿수 배당수익률 가능성입니다. 채권처럼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대한민국 국채 금리 대비 몇 배의 현금 수익률이 나오는 자산인데, 그 자산이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기업 지분이라는 뜻입니다.

SK하이닉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되는 정책에서 고정배당금을 주당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렸고, 이 기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퍼센트 수준을 총 주주환원 재원으로 설정했습니다. 시장 컨센서스 기준 SK하이닉스의 잉여현금흐름은 올해 146조 원, 2027년 240조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대신증권은 주당 배당금을 2026년 6,770원, 2027년 1만 1,935원으로 추정했습니다. 회사 측도 재무 건전성 달성과 주주환원 확대는 병행할 수 있는 목표라며 추가 주주환원 수단을 검토해 연내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영업이익 37조 6,103억 원, 순현금 35조 원을 기록하며 재무 체력을 이미 확인한 상태입니다.

제도 환경도 같은 방향으로 밀어주고 있습니다. 2026년 2월 25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자기주식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이은 이른바 상법 3종 세트의 완성판입니다.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아니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수단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상장사 전체의 자기주식 소각 규모는 2023년 4조 8,000억 원에서 2025년 21조 4,000억 원으로 급증했고, 자기주식 매입도 같은 기간 8조 2,000억 원에서 20조 1,000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만 보통주 1억 1,251만 주, 우선주 1,360만 주 규모입니다. 소각되는 만큼 주당 순자산과 주당 이익은 그대로 올라갑니다.

마지막으로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5월 기준으로도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은 2.3배, 주가수익비율은 5~7배 수준이었고 SK하이닉스는 각각 3.0배, 5.6배였습니다. 같은 시점 마이크론과 키옥시아의 평균은 주가순자산비율 6.2배, 주가수익비율 10.1배로 국내 업체들의 할인 폭이 훨씬 컸습니다. 그 뒤로 주가는 더 빠졌으니 격차는 지금 더 벌어져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6~2028년 SK하이닉스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을 66퍼센트로 추정하며 현재 주가가 이익 성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른 리서치에서는 SK하이닉스의 2026~2030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이 44.4퍼센트에 달할 전망이라며 주가순자산비율 4배 부여가 정당하다고 봤고,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자기자본이익률 개선을 근거로 적정 주가순자산비율 2.7배를 제시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9만 원으로 올리면서 2028년까지 서버 중심의 공급 부족이 지속돼 장기공급계약 협상이 유리하게 진행 중이고 250조 원 규모의 잉여현금흐름을 활용한 강력한 주주환원이 대기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 36명 전원이 매수 의견을 냈고 매도 의견은 한 명도 없으며, 12개월 목표주가 평균은 340만 8,502원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지금 이 시장은 두 회사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줄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과거 "그저 그런 사이클"에서나 보던 자산 배수를 매기고 있습니다. 그것도 2028년에 성장이 완전히 멈춘다는, 상당히 가혹한 가정을 얹은 뒤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인공지능 수요가 한 사이클 더 이어져 2028년에도 증익이 나온다면, 예상 배수는 여기서 더 내려갑니다. 시크리컬이라고 부르며 도망칠 자리인지, 아니면 오해가 만든 자리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입니다. 다만 저는 시장의 오해가 두껍게 쌓였을 때 흥분하는 타입이고, 지금 상당히 흥분해 있습니다.

이번 주가 그 오해를 확인하거나 해소할 분기점입니다. SK하이닉스가 29일, 삼성전자가 30일에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공개합니다. 여기에 미국 빅테크들의 설비투자 계획 발표가 겹칩니다. 숫자를 보고 나면 지금의 조정이 펀더멘털의 붕괴였는지, 아니면 수급의 충격이었는지가 훨씬 선명해질 겁니다.

균형을 위해 반대편 논리도 짚어두겠습니다. 지금의 낮은 배수는 내년 이익 추정치가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 성립합니다. 인공지능 수요 증가 속도가 완만해지거나 신규 생산능력 증설이 본격화되면 공급 제약이 풀리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고, 그 경우 추정치 자체가 내려가면서 저평가 논리의 토대가 흔들립니다. 모델 효율화로 메모리 사용량이 줄어드는 기술 변화 역시 장기 수요 전망의 변수로 지적됩니다. 반도체는 여전히 이익 변동 폭이 큰 산업이고, 최근 국내 증시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쏠림은 하락 국면에서 낙폭을 키우는 구조적 취약성으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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